[더버터]1인가구 전문가가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이유 [초록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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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인구대응 솔루션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24.10.16
조회수 :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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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전문가가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이유 [초록초록]
(박민선 오픈도어 이사장)
- 입력 2024.10.15 08:00
나는 1인 가구 증가를 포함한 우리 사회 인구변화와 이에 따라 파생하는 여러 현상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다. 1인 가구와 관련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와 더불어 커뮤니티 형성을 통한 장기적인 고독과 고립 문제,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사업을 해오고 있다.
1인 가구를 연구한다고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 인구변화가 이렇게 빠르게 진행될 것을 언제 예측했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러나 정작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었다. 학부 졸업 후 가출청소년 공부방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집을 떠나 혼자 생활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갈 곳 없는 친구들까지 집으로 데려와 돌보겠다던 처음의 호기와는 달리 청소, 빨래, 요리, 공과금 내는 법까지 혼자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박사과정 시절에는 시험 준비를 위해 청년 1인 가구들이 밀집해 있는 신림동에서 몇 년간 머물렀다. 그때 혼자 사는 청·장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도심의 값싼 주거지를 찾아 임시로 머무는 청년들의 주거 환경은 대부분 반지하, 고시원, 원룸 등 좁고 습하고 비위생적이고 치안이 불안했다. 몸을 겨우 누이고 나면 남는 공간이 없는 고시원에서 불편했던 경험, 매끼 식사할 곳을 찾아 복잡한 골목을 헤매다 길을 잃었던 기억,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걸으며 수시로 주위를 확인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귀가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뼛속까지 외향형인지라 시간이 지나면서 나 아닌 다른 사람들 사정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취업이나 입시 준비로 술로 끼니를 때우다 위궤양으로 응급상황까지 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오랜 고립이 은둔으로 변하면서 두문불출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거절당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골몰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때의 경험이 1인 가구의 영양, 건강, 주거, 안전 등 삶의 질 개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후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개인적 경험이 우리 사회 전반의 보편 경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을 직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을 선정해 지수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유래 없이 빠른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청·중장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혼술과 혼밥이 만연화되면서 건강수치가 악화되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느슨해지고 있었다. 홀로 방치되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통계도 늘어나고 있었다. 적잖이 충격적인 것은 독거노인으로 불리던 노년 1인 가구는 그나마 기존의 복지 서비스망 안에서 안부 확인이나 도시락배달 등을 통해 위기 상황이 조기에 파악되고 사전 예방이 이루어지는데 반해 청년이나 중장년의 고독사는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개인적 경험과 태생적 오지랖 기질이 결합해 1인 가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하겠다고 결심한 지 10년이 지났다. 이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40%를 넘었고, 어느 누구나 일생의 한 지점에서 홀로 지내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나의 연구 관심사는 여전히 혼자 사는 사람들과 고독과 고립의 문제지만, 연구의 초점과 범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초기 관심이 1인 가구의 존재와 관련 문제를 알리는데 있었다면 지금은 고립ᐧ은둔 가구와 지역 간 인구이동 등 1인 가구의 변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구문제로 관심이 확대됐다.
초기에는 지원 정책이 늘어나도록 문제 제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정책과 현장 간의 간극을 줄이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 양적으로 늘어나고 정책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례나 기본계획을 세운 지자체도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섰지만, 아직도 1인가구 정책을 알거나 이용하는 비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행정상의 문제,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문제변화, 정책 홍보나 접근성의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을 규명하고 간극을 메워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간의 연계ᐧ협력을 모색하는 일도 중요하다. 얼마 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지자체-정부-비영리기관 협력의 장으로 열린 사회적가치페스타(SOVAC)에서 ‘지속가능한 사회’ 세션에 참여 기관으로 참가해 인구변화 대응을 위해 협력하려는 다양한 기관을 만났다. 지난달에는 사랑의열매가 LG와 공동개최한 기업 사회공헌 컨퍼런스 ‘함께 만드는 변화’에 다녀왔다. 요즘 들어 부쩍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영역 간 협력을 강조하는 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반갑고 감사하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정책의 수혜대상에 그치지 않고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향후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거에는 어쩔 수 없이 비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재 1인 가구는 다양하고 역동적인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혼삶’을 선택한 경우가 더 많다. 이들을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선도하는 주체로 만들기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영역이 환경이다. 지금까지 1인 가구는 환경을 해치는 주범으로 여겨져 왔고, 실제로도 일회성, 편의성 중심의 소비생활패턴으로 인해 다인 가구 대비 1인당 2.23배 많은 일회용품을 배출하는 등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지원으로 1인 가구의 환경 관련 태도와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을 진행한 결과, 혼자 살기에 환경을 해치는 일상습관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친환경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대상도 1인 가구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가구 형태별 쓰레기 감축 캠페인의 효과를 분석했는데 1인 가구의 쓰레기감축량이 월등히 높은 것도 확인했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믿음과 바램을 가진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큰 특권이자 축복이다. 앞으로도 현실에 보탬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지원할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현장에서 실험하고 또 개선해 나갈 내일을 기대하고 있다.
출처 : 더버터(https://www.thebut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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